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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가 아닙니까?' - 미혼모가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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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1-10-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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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가 아닙니까?" 미혼모가 묻습니다

입력
[입양 당사자들이 바라는 입양제도] ⑤ 양육 미혼모가 바라는 '나라'
입양은 어떤 일인가? 사회복지의 측면에서 보면 양육이 포기된 아동을 원가정을 대신하여 새로운 가정에서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 중에서 최선책은 원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입양은 차선책으로 아동에게 양육 가정을 찾아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입양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입양인, 친생부모, 입양부모, 즉 '입양삼자'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입양은 살아가는 일 자체이며, 입양인을 중심으로 이들은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 입양이 삶이기 때문에 그 안에 항상 좋은 것만도, 항상 나쁜 것만도 아닌,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있다.

이번 연재는 '입양삼자'가 가슴 속에 담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려고 한다. 이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입양의 도전적 측면과 어려움, 그것을 넘기 위한 노력과 제도적 필요성 등을 살펴보려 한다. 이 글들이 입양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국내입양인, 해외입양인, 입양을 보낸 친생부모, 입양부모, 양육미혼부모의 입장에서 경험하는 입양에 대한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낙태, 성적 자기결정권의 상징 그러나 미혼모에게는 강요

'임신하셨습니다.'

의사는 초음파를 통해 척추가 예쁘게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쿵,쿵... 심장소리와 함께 건강한 아이로 자랄 것이라고 했다. 혼자 병원에 오면서부터 주위의 간호사와 의사는 내가 미혼모임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낙태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도 의사는 내게 너무도 친절하고, 너무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우리 병원에서 낙태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병원을 알려드릴 순 있습니다."

내가 아이를 포기할 것처럼 보였을까?
물론 임신을 알고 머릿속이 복잡했다. 내가 과연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주위에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가장 먼저 듣는 '비난'이 너무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나 임신했어...'
'지워, 혼자 어떻게 키우려고 해?'
'도와줄 수 없으면 지우란 소리도 하지마!'


인터넷 검색을 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여자'를 검색했더니 '미혼모'라는 단어가 나온다. 내 나이 서른 살이 되도록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였다. 그리고 이어 나오는 사이트는 '미혼모 홀트아동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후원, 미혼모', '미혼모 자립지원 편한 집', '미혼모지원 지파운데이션' 등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의 내용은 입양을 빨리 보낼 수 있는 방법, 복지시설 입소 지원방법, 생활보조금 지원, 미혼모로서 혼인신고 하는 방법 등 일반적으로 아이를 임신하고 축하 받으며 태교하는 방법이나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과는 전혀 거리가 먼 내용이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도 혼자 임신했다는 주위의 반응과 다르지 않았다.

인터넷 상에서도 나는 '엄마'이기보다는 지원이 필요한 미혼모, 입양을 선택하기 위해 기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미혼모였다. 가난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하고 있는 일도 그만두고 나면 아이를 키우며 일할 곳이 있을까? 막막했지만 서른 살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낙태나 입양 따위가 아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 방법을 좀 더 알기 위해 나는 시설 입소를 서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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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미혼모'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들. ⓒ함아연


#양육파 vs 입양파

입소한 시설에서 나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힘들지만 나처럼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사람들이 아이와 며칠 동안 지내면서도 슬퍼하는 것이었다. 아이를 출산하면 얼굴이 붓는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입양을 보낸 엄마들의 얼굴은 더 오랫동안 부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아이를 보내고 매일 밤 베게로 입을 막고 울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입양 숙려기간 동안 아이를 일주일 정도 데리고 있었지만 결국 가족으로부터 비난당하고 외면당하자 아이를 입양보내는 '입양파'였다. 입양을 결정하고도 매순간 입양과 양육의 선택을 두고 괴로워하는 엄마들을 볼 수 있었다. 입양파 엄마들은 아이가 입양기관으로 가는 그 순간까지 모유를 먹이며 슬퍼했다. 임신한 순간부터 미혼모의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반면 양육을 결정한 엄마들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소통하게 됐다. 우리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몸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다는 앞으로의 걱정과 지원제도 그리고 어떤 시설이 있고 앞으로 친정 엄마와 아버지를 만날 걱정 등에 대해 얘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종종 서로 잘 지내가다고 맘에 안 맞아 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함께 아이를 키우는 동료애 보다는 왠지 짠한 마음에 헤어지고 나면 다시 연락할 것 같지 않았다. 입양파는 입양파대로 양육파는 양육파대로 친하게는 지냈지만 서로의 아픔을 지켜보면서 왠지 모를 화가 치밀었다. 나는 이제 대한민국의 예민한 미혼모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동 최우선의 원칙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모든 아동은 원가정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아동에게 차별 없이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내 아이는 태중에도 낙태의 위기가 있었고 태어나서는 입양될 수도 있었고 지금은 대한민국 미혼모의 아이로 자라고 있다.

많은 미혼모의 아이들은 베이비박스 또는 입양시설에서 양부모와 위탁가정 또는 후견인을 먼저 만나게 된다. 때때로 가난하게 자라야 하는 내 아들에게 미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입양시설과 후견인을 만나는 것보다 친생부모인 나와 사는 것이 행복할까? 묻고 싶다. 

부모교육에서는 아이의 성장과정 중 가장 좋은 것은 엄마와의 애착형성이며, 주양육자인 적어도 3년은 곁에서 늘 함께하며 애착형성과 정서적 안정을 주어야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나 홀로 출산과 양육을 해야 하는 미혼모에게는 출산 후 3년은 사치이며 꿈이 된다. 아이를 양육하기위해 안정적인 직업을 찾기 위해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를 한다. 나 또한 공부를 시작하였고 그 공부의 시작은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맡아줄 수 있는 100일부터였다. 겨우 100일이 지난 신생아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1년을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아이가 아파도, 다쳐도, 쉴틈 없이 열심히 공부했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나 취직은 더욱 높은 산이었다. 아이가 갑작스럽게 아플 수도 있기에 미혼모인 것을 숨길 수 없었고, 언제 긴급한 일이 생길지 몰라 마음을 졸이며 직장에 다녀야했다. 어느 날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수족구에 걸려 입원하게 되었을 때에도 같이 일하는 동료는 나에게 "능력 좋다. 이런 일로 아이도 입원시키고, 미혼모라서 그런건가?" 라는 억지스러움도 서슴치 않게 뱉었었다. 그때 저 말을 듣고 왜 한마디도 못하고 죄송하다고만 했었는지 지금 뒤돌아 생각하면 화가 난다.

미혼모로 9년의 나의 삶은 매일 전쟁을 치르며 살아왔다. 지원을 받고 살아야 하는 미혼모에게 태어난 아이들은 일하는 엄마를 기다리기 위해 종일반 어린이집에 가장 늦게까지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를 다니면서는 학교돌봄, 지역아동센터를 전전해야 할 것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가난한 엄마를 책임지기 위해 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것이다.

아동 최상의 이익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게서 자라는 것이다. 만약 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렵다거나 신체적 장애가 있더라고 국가는 아동이 부모와 함께 건강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누구에게 태어나도 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선택권을 부여받고 살 수 있는 나라를 위해 그리고 어른을 위한 나라가 아닌 '아동'인권이 최우선인 나라를 위해 미혼모인 나와 내 아들은 오늘도 수많은 편견과 맞서 싸우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누구는 미혼모들과 아이의 삶을 '산 넘어 산'으로 볼 수 있지만 많은 미혼모들이 아이와 '꿈 넘어 꿈'을 꾸며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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