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존재 이유 말한 '싱글대디'와 '경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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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성가족부를 없애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을 두고 찬반 의견이 거세죠. 윤 당선인은 여가부가 하고 있는 정책을 각 부처로 옮겨서 이어가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여가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사람들 생각은 다릅니다.
경력단절여성과 싱글대디의 목소리, 또 해외에선 어떻게 하고 있는지까지, 크로스체크 윤재영, 조보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50살 방태숙씨는 정리수납전문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출산 후 하던 가게를 접었고, 다시 일을 하려 했지만 한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방태숙/정리수납전문가 : 옆에서 아이를 케어해주지 않는 이상 직장 다니기가 힘들잖아요. 아예 육아에 전념하다 보니까 나의 존재도 없어지는 것 같고.]
다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5년 전 여성가족부에서 온 연락 덕분이었습니다.
[방태숙/정리수납전문가 : 정리수납 자격증을 따면 이제 협동조합 교육을 시켜준다. 알고 보면 가족이라는 큰 울타리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거잖아요. (다른 부처로 가면) 지금처럼 세세하게 폭넓게 지원을 해주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여성가족부는 2009년부터 결혼과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재취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매년 17만명 이상의 경력단절여성들이 여기서 일을 찾습니다.
출생신고가 어려운 미혼부 자녀들을 돕는 싱글대디 김지환씨.
2015년 미혼부의 아이 출생신고를 쉽게하는 '사랑이법' 제정에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김씨는 한부모 가정의 제도 개선을 위해 힘쓴 부처는 여가부 뿐이었다고 말합니다.
[김지환/미혼부 자녀 지원단체 '아빠의 품' 대표 : (다른 부처는) 다수의 입장에 맞는 제도를 만들고 이걸 하는 반면에 여가부 같은 경우는 아주 소수 약자의 목소리들에 하나하나 귀 기울이고…]
여가부가 사라지면 한부모 가정이 정책에서 소외될까봐 우려된다고 말합니다.
[김지환/미혼부 자녀 지원단체 '아빠의 품' 대표 : 다른 부처 가서도 그렇게 지금 여가부가 해왔던 것처럼 그만큼 중요시될까. 분산이 돼서 다른 관련 부처에 가게 되면 발전보다는 그냥 현행 유지로 가지 않을까.]
올해 여가부 전체 예산 중 60% 이상은 가족, 20% 가량은 청소년을 지원하는 데 사용됩니다.
[정수진/한국미혼모가족협회 : (남자도) 결혼을 하셔서 자녀가 있는 분들이라면 여성가족부의 실질적인 도움을 알게 모르게 다 받고 계신 분들이거든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건강 가족으로…]
윤석열 당선인 등 폐지를 주장하는 쪽도 대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여가부 역할을 없애지 않고 각 부처에 나눠 옮겨 하도록 한단 겁니다.
그러나 여가부가 해온 일이 단순한 복지 사업이 아니란 시선이 많습니다.
[함아연/미혼모협회 인트리 활동가 : 지원을 해주시는 부분은 다른 부서로 이관이 되더라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제 한 부모에 대한 인식 개선 운동은 대체 어느 부서에서 맡아서 해주실지…]
하지만 폐지가 호응을 얻은 데는 여가부 잘못이 많다는 여론도 많습니다.
현 정부 지자체장의 잇따른 성폭력 사건에서 잘못된 목소리를 냈던 게 대표적입니다.
[이정옥/전 여성가족부 장관 (지난 2020년) : (박원순, 오거돈 사건은 권력형 성범죄가 맞습니까) 수사 중인 건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선 답변을 못합니까) 수사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가장 도전적으로 여성 문제 가족 문제에 대응해야 할 부서가 가장 보신적인 태도를 취해왔다는 비난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여가부 폐지 논란에서도 여가부는 단 한차례도 제대로 된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김재련/변호사 : 여성가족부가 더 적극적으로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야 되는데 오히려 권력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계기가 된 것 같거든요.]
그럼에도 여가부의 독립된 역할을 인정해 주는 것이 세계적 추세입니다.
해외를 보면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독립부처가 있는 나라 수는 2008년 107개에서 2020년 160개로 늘었습니다.
[권수현/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 : 기존의 대부분 정책은 암묵적이지만 성인 남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요. 여가부가 정부 내에서 사실상 야당 역할을 해야 되는 의무와 책임이 있는 거죠.]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풀어야 남성에게도 이로운 사회가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지학/한국다양성연구소장 :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성이라는 거 역시도 남자에게 억압적일 수 있잖아요. 그냥 너네가 힘들어 그런데 여자 편만 드니까 억울하구나. 그럼 여가부 없앨게. 이렇게 가는 건 프레임에 불과하다.]
출처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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