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정상 가정서 키워야” 美 미혼모 아기 200만 사실상 강제 입양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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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퍼가기 시대
캐런 윌슨-부터바우 지음|권희정 옮김|안토니아스|320쪽|1만9000원
‘아기 퍼가기 시대’, 원제는 ‘Baby Scoop Era’. 아기를 아이스크림처럼 퍼가는 대상으로 표현하다니 어감이 섬찟하다. 제목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성행한 미국의 입양 관행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 기간 미국에서 입양된 아기는 400만명. 당시 신문에는 ‘입양 가능한 아기’ 사진들이 실렸고, 푸른 눈의 백인 아기는 입양 희망자가 많아 입양 기관에 큰돈을 내야 했다. 1955년 미국 아동국 특별자문위원이었던 손힐은 “입양에 대한 인기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가져왔다. 백인 어린 아기들을 원하는 엄청난 수요가 형성되고… (중략) 한편 엄마들이 아동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권력 남용을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다”고 증언했다.
위기에 처한 아이를 입양해 사랑으로 기르는 양부모의 선의를 의심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이 책은 그 당시 그 많은 신생아가 어디에서 왔을까 주목한다. 위에서 인용한 손힐의 발언 중 ‘권력 남용’으로 아이를 포기하게 된 엄마들은 주로 미혼모였다. 미국에서 벌어진 수십 년 전 이야기이지만, 약자에 대한 시대적·사회적 낙인이 하나의 권력이 돼 알게 모르게 부조리를 행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과거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2015~2022년 국내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사라진 아이’가 2236명이었다. 의료 기관이 반드시 아기의 출생 정보를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 통보제’가 국회를 통과했지만 미혼모의 병원 밖 출산이라는 사각지대가 남아있다. 이들을 병원 밖으로 내모는 부조리는 현재진행형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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