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신문]출생신고하지 못하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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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생미신고아동 2123명의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사안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사망한 아동이 249명으로 발표되었고 이중 범죄와 연관되어 수사가 진행 중인 사례는 7명인데 이에 대하여는 철저한 수사와 재발방지대책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242명은 병사 등의 경우로서 범죄와 무관한 사례인데 이러한 경우는 출생신고도 하지 못한 채로 스러져간 아동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생로병사의 과정 중 하나로 받아들여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도 영아사망률이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 이는 실제로 영아사망이 적어서가 아니고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라는 분석이 제기되곤 하였는데 이번 과정에서 그 분석이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출생통보제의 도입을 주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아동의 현황 파악은 가장 기본적인 국가의 의무이고 현황 파악이 제대로 되어야만 그에 기반한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 출생미신고아동의 현황이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지금까지 제대로 파악되고 있지 않았던 실태가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기본적인 국가의 의무가 공백 상태로 허점이 있었다는 점에 대한 놀람에서 기인한 바 크다.
이 와중에 10년 이상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던 출생통보제가 도입되어 아동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고, 아동의 존재를 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어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장치가 마련되게 되었으니,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전수조사에서 눈에 띄는 수치가 있다. 지자체에서 확인된 아동 중 친생부인의 소 등 혼인관계 문제를 원인으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아동이 36명이라는 수치이다. 이에 해당하는 경우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이다. 또한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 814명에 이르는데, 이중 법적절차의 어려움으로 출생신고가 여의치 않은 경우가 더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해본다.
출생신고에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예는 미혼부의 경우이다.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친생자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건수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1044건에 달한다. 2015년 도입된 초기에는 기각률이 상당히 높았고, 결과에 대한 사법통계가 존재하는 2018년부터 2021년 사이에 기각된 건은 58건이다. 따라서 출생신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어서 법적절차의 어려움이 출생신고의 장애가 되는 경우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36명 이외에도 더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미혼부의 출생신고가 어려운 것은 모가 친생추정을 받은 유부녀인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친생자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은 모를 특정할 수 없음을 소명하여 모를 공란으로 두고 출생신고를 하는 것이었는데,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서 모가 특정되지 않을 가능성은 희박해지게 되었다. 만일 모가 유부녀라면 친생추정에 의해 모의 남편이 아이의 부로 기재되게 되므로, 미혼부의 입장에서는 본인을 부로 올리기 위해서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소송과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거쳐야 하게 되어 절차의 어려움이 가중되게 되었다.
지난 3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이루어진 2021헌마975 가족관계등록법 미혼부자녀 출생신고 관련조항 위헌확인 사건에서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아동이 사람으로서 인격을 자유로이 발현하고, 부모와 가족 등의 보호하에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선언한 바 있다. 모쪼록 출생통보제의 도입을 앞두고 아동의 출생신고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조속한 법 개정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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