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판매' 공분에 가려진 미혼모 삶…"입양=가슴에 묻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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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08. 오전 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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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의 삶 上] "도움달라는 말 안할테니 지켜만 봐달라"
"사회적 차별 여전…입양 상담, '양육' 정보도 제공돼야"
중고거래 앱에 20대 산모가 입양절차를 상담받던 중 홧김에 이 글을 올린 것으로 경찰에 진술했다. 사진은 해당 앱에 올라온 게시물(독자제공)© News1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미혼모가 당근마켓에 '아이 판매' 글을 올린 건 잘못됐죠. 하지만 미혼모가 아이를 낳고 입양 상담을 받다 보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낄 수는 있어요. 입양은 죽지 않은 자식을 가슴에 묻는 일이거든요."

미혼모 A씨가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사이트인 당근마켓에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었어요'라는 글을 올려 공분을 샀다. 해당 글에는 신생아 사진 2장과 함께 거래 금액으로 20만원이 책정돼 있었다.

결국 A씨는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 미수 혐의로 입건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 A씨는 미혼모센터와 입양 절차를 상담하던 중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껴 홧김에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만난 미혼모들은 아이를 입양기관에 맡겼지만 가족과 연이 끊어지는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이를 되찾았던 그때의 기억에 대해 얘기했다. 남편 없이 출산·입양상담·양육 등 굵직한 일을 홀로 감당해온 미혼모들은 어떻게 아이를 낳았고 길러왔을까.

일부는 사회적 차별에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는 입양 상담의 불합리함을 꼬집었다.

© News1 DB

◇"열달 품은 자식, 부모와 연 끊더라도 못 보내겠더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키워보자는 생각으로 입양기관에서 아이를 되찾아왔어요. 부모님은 이후로 연락을 끊으시더라고요."

김씨(26·여)는 이렇게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후 아버지에게 연락이 와 한동안 관계가 회복되기도 했지만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다시 틀어진 상태다.

김씨는 "부모님한테 첫째도 지금까지 잘 키워왔으니까, 도움 달라는 말 안 할 테니까, 잘 지켜만 봐달라고 했는데 입에 담기 힘든 말씀을 하시더라"며 목소리를 떨었다.

고3이던 김씨는 임신 4~5개월쯤에 첫째 아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생리 주기가 본래 불규칙적이라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안 김씨는 오랜 기간 고민 끝에 아버지에게 이를 털어놨다.

당시 아버지 권유로 낙태를 하고자 했지만 의사가 산모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해 포기했다.

결국 김씨는 입양을 결심했다. 아이를 책임지고 싶지만, 경제적 능력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가 다른 가정에서 자라나는 게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 후 아이와 입양숙려기간을 보내고 입양기관에 아이를 맡겼지만 김씨는 아이를 되찾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김씨는 "미혼모 시설에 있는 다른 아이들을 보면서 도저히 못 보내겠더라"고 웃어 보였다.

이후 김씨는 둘째 아이도 낳게 됐고 입양 보낼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첫째와 너무 똑 닮은 모습에 양육을 결심했다.

김씨는 현재 두 아이를 키우는 '슈퍼맘'으로 살아가고 있다. 무책임한 아이 아빠 둘을 뒤로한 채 그는 꿋꿋이 한 손에는 첫째 아이를 잡고, 다른 손에는 둘째 아이를 안고 있다.

간혹 어린이집에서 열리는 '아빠와 함께하는 행사'에서도 아이가 기죽지 않도록 옷을 빼입고 나간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아이랑 헤어지기 싫어 진통 와도 참아…아이 생일 때면 몸 아파"

"출산 하루 전 오전 6시쯤 진통이 왔는데 안 낳으려고 참았어요. 낳으면 입양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못 낳겠더라고요. 아이가 8월에 태어났는데 지금도 6월부터는 몸이 아파요. 그때 트라우마를 몸이 기억하는 거죠."

애를 낳을 당시 미혼모였던 최형숙 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는 해외로 입양 보낼 아이를 위해 돌반지, 배냇저고리, 한국 관광안내서, 편지를 준비해뒀다고 말했다. 아이가 훗날 뿌리를 찾고 싶어 할까 아이와 같이 양부모에게 보낼 물건들이었다.

최 대표는 "아이를 키울 거야 하다가도 다음날에는 아이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반복됐다"고 그때를 떠올리며 울음을 터트렸다.

입양숙려기간이 없었던 당시, 최 대표가 아이를 낳고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입양기관은 아이를 데려갔다. 최 대표는 도저히 아이를 보낼 수 없어 다음날 울면서 입양기관에 찾아가 아이를 되돌려달라고 했다. 최 대표는 결국 1주일 후 겨우 아이를 찾을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이 있는 최 대표는 입양을 '죽지 않은 자식을 가슴에 묻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최 대표는 "인트리에서 활동하면서 아이를 입양 보낸 미혼모를 만날 때마다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입양 보내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입양 보낸 아이가 계속 생각나 매년 입지도 못하는 아이 옷을 사놓는 미혼모도 있다"며 "자식이 나중에 커서 돌아왔을 때 엄마가 잘살고 있으면 '나 보내놓고 잘 살았냐'고 원망할 것 같고, 반대로 못 살고 있으면 '혼자라도 잘살지'하고 또 원망할 것 같은 기분이라더라"고 말했다.

© News1 DB

◇"사회적 차별 여전…입양 상담, 입양 기관서 하면 안 돼"

김씨는 미혼모를 향한 사회적 차별은 여전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첫째 아이를 낳고 나서 너무 힘들어 정보를 얻을 겸 한부모들이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오픈채팅방에서 한 남자분이 그래도 미혼모보다는 '돌싱'(이혼남·녀)이 낫다고 하더라"며 "미혼모라고 말하지 않고 돌싱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게 나으려나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키즈 카페에 아이를 데려갔을 때, 미혼모라고 밝히면 인상을 찌푸리는 부모도 있었다고 했다.

최 대표는 입양기관에서 입양 상담을 도맡아 하는 게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대표는 "입양기관에서 상담을 진행하다 보니 입양을 권고하는 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며 "입양 정보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면 어떤 지원을 받는지 등도 미혼모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입양기관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미혼모들이 억울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입양과 양육에 대한 정보가 모두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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