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 부검, 아이는 죽어서도 고통"…도돌이표 정인이 사건

16년 양부모 학대로 숨진 '달래' 친생모 편지 공개
"화장 후 한 줌의 재가 된 후에 품에 돌아와"
"달래와 정인아, 우리 어른들이 미안해"
  • 등록 2021-01-07 오후 6:08:35

    수정 2021-01-07 오후 6:08:35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아이는 죽어서도 고통을 당했습니다.”

정인(입양 전 이름)양처럼 입양 후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숨진 2016년 숨진 ‘달래’양의 친생모가 “달래와 정인이에게 어른들이 미안하다고 전해주고 싶다”며 전한 편지가 공개됐다.

7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갖다 놓은 사진과 꽃 등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미혼모·한 부모·아동인권단체는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홀트아동복지회(홀트)에 대한 특별감사 촉구하며, 2016년 정인이와 유사한 상황으로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사망한 입양아 달래양의 친생모가 쓴 편지를 공개했다.

정인이보다 앞서 벌어진 참혹한 사건에 이날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는 무거웠으며, 눈물을 훔치며 흐느끼는 소리만 곳곳에서 들렸다. 정인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건은 2년 전에도 있었고, 또다시 되풀이되면서 정인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커서다.

달래양 친생모는 편지에서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병원의 아동학대 신고에도 아이는 동물보다 못한 보호를 받았다”며 “학대했기 때문에 아이는 죽어서도 고통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달래의 죽음을 뒤늦게 알게 된 안타까운 사연도 공개됐다. 입양원이 아닌 달래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하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전해듣게 된 것. 달래 친생모는 “사전에 알았더라면 아이를 지킬 수 있었을 텐데 입양원의 안일한 대처에 화가 났다”고 했다.

최형숙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는 “친권이 넘어간 관계로 입양아의 친생부모에게 아이의 상황을 안내할 법적 근거는 없어 안타깝다”라며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입양되고, 학대로 사망까지 하게 된 정인이 사건은 시간이 지나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인이는 입양된 지 10개월 만인 작년 10월 13일 복수가 차올라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심정지 발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정인이의 입양 절차를 담당했던 홀트는 지난해 12월 22일 입장문을 통해 “친생부모에게 정인이의 사망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홀트 측은 “친생부모가 이를 받아들이는데 심적인 어려움이 컸고 현재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친생부모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심리정서지원을 통해 다시 안정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관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단체는 “정인이가 사망한 지 2개월이 지난 시점임에도 친생부모에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인이 친생부모에게 사망 사실을 알린 시점도 정확히 알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홀트가 정인이의 친생부모에게 상담 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요구했다. 단체는 “현행 입양특례법 제13조 제3항에 따르면 입양 동의 전에 친생부모에게 아동을 직접 양육하면 지원받을 수 있는 사항 등에 대해 충분히 상담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며 “친생부모가 입양결정 전 어떠한 상담을 진행했고, 제공된 정보와 서비스는 무엇이 있었는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등 국내 10곳 미혼모·한 부모·아동인권단체가 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보건복지부에 직무유기한 홀트아동복지회 특별감사 실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아래는 달래양 친생모의 편지 전문.

저는 미혼모로 홀로 아이를 키우다 입양을 보냈었던 사람입니다. 입양원에 보낸 후 여러 번 파양을 경험했고, 마지막 양부모집에서 학대를 받아오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끔찍한 일을 입양원이 아닌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하는 여러 사람의 도움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저는 아이가 좋은 환경과 안정적인 곳에서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입양을 보냈지만, 현실은 정말 달랐습니다. 아이는 저도 모르게 다른 양부모들을 만났고 학대 후에 파양을 당했습니다.

입양아를 마치 인형처럼 생각했던 것인지, 그들이 생각했던 아이가 아니라면 마음대로 괴롭히고 매정하게 파양하는가 봅니다.

아이는 여러 번 환경이 바뀌게 되고, 다른 엄마·아빠를 만나게 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학대와 함께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입양원은 저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면, 사전에 알았더라면, 아이를 지킬 수 있었을 텐데 입양원의 안일한 대처에 화가 났습니다.

아직도 꿈속에 나타나고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작은 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고통스러웠을지, 저를 찾았을지 아니면 얼마나 저를 원망했을지, ‘내가 포기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을 텐데’라는 생각도 합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돌아오고 후회로 가득하지만, 되돌리기엔 이제 늦었습니다.

병원의 아동학대 신고에도 아이는 동물보다 못한 보호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학대했기 때문에 아이는 죽어서도 고통을 당했습니다.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아이는 죽어서도 고통을 당했습니다.

온전하지 못한 아이의 시신을 보고 아이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이 스쳐 지나갔고, 너무 아팠을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정말 돌이키고 싶었습니다.

입양 절차 중 양부모의 학대 조사 중에 양부모에게 친권이 넘어갔고 저는 아이의 친권도 찾지 못한 채 죽인 양부모의 성씨로 장래를 치렀습니다. 화장 후 정말 한 줌의 재가 된 후에 제 품에 돌아왔습니다.

지금까지도 아이를 입양 보낸 것에 너무나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고통스럽습니다.

떠난 아이의 따뜻했던 손을 다시 잡아보고 싶어요. 보드랍던 우리 아이의 얼굴을 다시 만져보고 싶어요. 지금 옆에 있는 아이의 손을 놓지 마세요. 아이도 지금 가장 행복할 거에요. 당신이 부럽습니다.

입양아가 되어 저희 아이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길 바라며, 달래와 정인이에게 어른들이 미안하다고 전해주고 싶어요.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승의 짜릿함
  • 돌발 상황
  • 2억 괴물
  • '미녀 골퍼' 이세희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