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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사회 적응 방해" 시설 꺼리는 미혼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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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부모 上]

관리자 등과 갈등에 기피
정원의 60~70%만 입소 중

주거비 지원·공공임대 늘어
바뀐 주거욕구 미반영 비판

"오히려 사회 적응 방해" 시설 꺼리는 미혼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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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공병선 기자]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가 정자를 기증 받아 비혼 출산을 했다. 응원한다는 반응이 주였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낳는다면, 특히 미성년자라면 축하는커녕 주변 사람들에게 임신 사실조차 털어 놓지 못 할 가능성이 높다. '위기 임신'으로 일컬어지는 상황에서 예비 한부모들은 대개 '시설'로 갔다. 그런데 최근 시설 입소가 크게 줄었다. 한부모 가족이 시설을 기피 하게 된 원인을 알아 보고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 번 낳을까, 키울까, 입양 보낼까 고민하죠. 아이를 유기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낳는 게 아니에요. '애가 애를 낳았네', '사고를 쳤네' 이런 식의 꼬리표가 붙으니까 결국 가족한테도 말하지 못 하게 되거든요. 요즘엔 시설도 꺼리죠. 관리자만 편한 곳이라고 할까요? 구속이 너무 심해서 오히려 사회 적응하는데 도움이 안 돼요."

17일 최형숙 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이처럼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2089만 가구 중 한부모 가족은 7.3%를 차지한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한부모 가족 실태 조사(2018)를 보면 이혼이 77.6%로 가장 많고 사별(15.4%), 미혼(4.0%) 등이다. 한부모 가족은 한 사람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주거를 마련해주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주거비지원정책, 한부모가족복지시설 등 세 가지다. 한부모 시설은 1952년 한국전쟁 후 미망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출발했다. 1960년대 들어 미혼모를 위한 한부모 시설도 만들어졌다. 현재는 124개 시설이 남아 있다.


과거에는 복지시설 입소가 많았지만 최근 이용이 크게 줄고 있다. 한부모 가족 실태 조사에서 한부모 가족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0.9%에 불과했다. 2015년 조사된 1.3% 보다 더 줄었다. 시설 정원 60~70% 정도만 입소한 상태다. 반면 주거비 지원이나 공공임대 주택은 각 22.4%, 29.2%로 같은 기간 더 증가했다. 시설에 입소한 경험이 있는 일부 한부모들은 시설을 운영하는 관리자, 종사자와 갈등의 골이 깊었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과 공동체 생활을 위한 규칙의 일부분이란 의견이 맞선다. 한부모 A씨는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엄마가 아이를 방치하는 것 같다면서 시설에서 반성문을 쓰게 했다"며 "같이 살던 우리는 잘 몰랐을 정도로 소란이 없었는데 그 엄마에게 아이와 입소자 전체가 모여 있는 강당에서 반성문을 읽도록 했다"고 전했다.


한부모 가족의 변화된 주거 욕구를 이해하지 못 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미성년, 장애 여성을 위해 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대문구 대신동에서 미혼모 생활 시설인 애란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영실 원장은 "시설에 온 10대 부모들은 70% 정도가 가정 돌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24시간 핫라인을 통해 가정폭력 등으로 피해를 입는 임신 여성을 지원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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