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향하는 곳은 그들이 처한 문제나 근본적 해결책 보단 당근 마켓, 베이비박스, 유아 사망 등 사건사고 중심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혼모가 처한 문제의 해결은 ‘아이를 버리는’ 일 등으로 수렴되고, 이들에 대한 선입견이 발생한다. 선입견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는데, 바로 현실성 없는 정책이다.

[제 226호 뉴스엔뷰] ‘미혼모’에 대한 시선은 그들이 처한 근본적인 문제나 상황보다 당근 마켓, 베이비박스, 유아 사망 등 사건사고로 쏠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혼모가 처한 문제의 해결은 ‘아이를 버리는’ 일 등으로 수렴되고, 이들에 대한 선입견이 발생한다. 선입견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는데, 바로 현실성 없는 정책이다. 정부와 국회가 최근 검토한 ‘보호출산제도’는 ‘미혼모의 출생 사실을 비밀로 할 수 있는’ 법으로 이를 통해 미혼모가 아이를 유기하거나 극단적인 방법을 피할 수 있다고 본다.

최형숙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 협회 ‘인트리’ 대표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들이 모두 미혼모 자녀가 아니다. 혼외자녀, 장애아, 연장아 등이 절반이다. 항상 영아 유기 및 살해사건이 발생하면 언론 등에서는 ‘혼자 아이를 낳은 여자가 키울 생활 형편이 안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식으로 보도된다”면서 “일각에서 미혼모들이 실명으로 출생신고를 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될까 봐 우려돼 아이를 유기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얘기가 가명으로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보호출산제’다. 이는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알아야 하는 아이의 권리를 박탈하는 거다. 아동권리협약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당근마켓 사건 이후 ‘출산 사실을 숨겨주면 되겠다’는 근시안적인 시각 탓에 보호출산제 얘기가 나오는 거다. ‘가명으로 출생신고 해’라고 하는 게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의식화된 성교육이 필요하다”면서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학생은 임신하면 안 돼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 남자친구, 여자친구 교제하는 것은 허락하면서 잠자리하는 것을 터부시하고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면 안 된다. 대신,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되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무겁게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피임방법을 알려주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미혼모라고 하면 짝궁처럼 따라오는 3종 세트가 있다. ‘낙태’, ‘입양’, ‘저출산’이다. 출산율 바닥치니까 미혼모 지원 정책을 신경써야 한다고 말이 나온다. 여자들이 아기 놓는 기계도 아닌데. 미혼모에 관심도 없다가 무슨 일 생기면 여기, 저기에 붙인다”고 비판했다.

과거 미혼모 시설을 찾아 아이를 돌보고 있는 김정숙 여사의 모습. 사진/ 뉴시스

미혼모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 대책의 부족함도 크다고 최 대표는 말한다. 그는 “현재 여가부에서는 한부모지원콜센터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상담만 해서는 안된다. 만약, 서울에서 자가출산을 했다면 상담센터가 산모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에서 출동을 해야 한다”면서 “또 임신했을 EO부터 상담을 해야한다. 그 기간 동안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입양과 출산을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기관이 낙태에 대해 관대하게 대응할 지도 미지수다. 입양 후에는 양육에 대해서도 정보 등을 연계해주는 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자립까지 도와줘야하는데 현재 운영하고 있는 정책은 미혼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혼모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고용노동부 취업성공패키지의 경우 직업군이 굉장히 제한적이고, 관련 수업에 빠지게 되면 이를 2년 동안 이용할 수 없게 제한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시설 관련 부분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미혼모가 갈 수 있는 시설은 총 3가지다. 출산하러 가는 시설, 공동생활가정, 한부모자립시설”이라면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곳들이기 때문에 입소율이 40%정도다. 규칙도 많고 통금시간 있고 사생활 존중이 안되다 보니까 젊은 친구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시설’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 때문에 꺼려하는 것 같다. 시설에 사는 아이들은 무언가 불쌍하고 문제있는 가정일 것 같은 편견 말이다”고 밝혔다.

이어 “시설 확대 보다는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 보다는 돌봄이 시급하다. 돌봄이 해결되지 않으면 엄마들이 일을 할 수 없다. 강력 범죄들이 보호자가 없는 때를 틈타, 주거취약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엄마들이 자립을 위해 경제 생활을 할 때 아이를 돌봐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형숙 인트리 대표 인터뷰

백혜란 의원실로부터 경찰청 자료를 확인한 결과 입양특례법 개정 후 2013년 영아 살해 및 유기사건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다음 해 감소했다. 베이비박스도 마찬가지다. 어느 시점에 더 증가하고 더 감소했다는 자료는 없었다. 영아 유기 및 살해사건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그런데 묻고 싶다. 왜 아이가 버려지거나 살해됐다고 하면 미혼모를 떠올리는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들이 모두 미혼모 자녀가 아니다. 혼외자녀, 장애아, 연장아 등이 절반이다. 항상 영아 유기 및 살해사건이 발생하면 언론 등에서는 ‘혼자 아이를 낳은 여자가 키울 생활 형편이 안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식으로 보도된다. 유기나 살해는 계획적이지 않다. 누가 아이 낳으면 죽여야겠다고 생각을 하겠나.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사건이다. 배경을 봐야 한다. 설령 사건 반의 미혼모라고 한다면 왜 여자만 처벌을 받아야 하나. 아이 아버지도 찾아서 처벌해야 한다. 한국은 아버지를 찾지 않는다. 아이는 여자 혼자 절대 만들 수 없다.

입양특례법에 의하면 입양시킬 때 아동의 출생신고를 증빙하는 서류가 필수다. 개인정보 누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아이를 유기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제 원인이 입양특례법에 있다고 보는가?

일각에서 미혼모들이 실명으로 출생신고를 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될까 봐 우려돼 아이를 유기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얘기가 가명으로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보호출산제’다. 이는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알아야 하는 아이의 권리를 박탈하는 거다. 아동권리협약에도 위반된다. 출생신고는 세상에 내가 존재한다는 걸 알리는 일이자 사회 제도권 안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협회 소장님이 무국적자 여성분을 만난 적이 있다. 이분들이 무국적자니까 자녀도 무국적자다. 사회로부터 어떠한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과거 우리나라도 입양촉진 명목으로 출생신고 없이 입양을 보낼 수 있게 했다. 당시 아이들의 법적보호자는 입양기관장이고 주민번호 역할을 하는 G코드를 부여받았다. 입양특례법이 2011년부터 시행됐는데 그 전의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부모를 찾고 싶어도 못 찾고 돌아갔다.

당근마켓에서 영아를 유기한 여성은 미혼모 시설에서 출산을 한 뒤 입양 상담 중 절차와 기간이 까다로워서 홧김에 범행했다고 밝혔다. 출산 이후 미혼모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양육과 입양뿐인가?

입양특례법 개정 당시 일부는 ‘어차피 입양 보낼 건데 출생신고를 해야 하나’란 의견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키우지 않아도 그 아이가 건강하게, 제도권 안에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실제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입양 대신 양육을 선택하는 비중이 늘었다.

베이비박스 신생아 사망 사고가 터지자 정부 및 관계부처는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미혼모 고충을 반영한 대책이라고 평가하는가. 보완이 필요하다면 무엇인가?

우리는 왜 사고가 일어나면 사고 지점만 해결하려고 할까. 첫 출산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이 임신하기도 한다. 총 6명을 봤는데 그중 1명은 개월 수가 너무 높아서 출산했다. 원칙상 상담할 때 “왜 그랬냐”고 물으면 안 된다. 그런데 너무 어린 상담자를 앞에 두고 당황스럽고, 걱정돼서 물었다. 자기보다 2살 많은 오빠랑 호기심에 성관계를 맺은 사례였다. 무슨 대답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10대 아이들과 상담을 하면 자신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성관계에 대해 어른들은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다보니 무슨 일이 생겨도 말을 하지 않는다. 청소년 임산부들은 조기 출산하는 경우가 많다. 임신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전전긍긍하고 두려워서 말 못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몸 관리도 못 하고 스트레스 앓다가 7~8개월에 아기를 낳는 거다. 상담자 중 고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부모한테 임신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어느 날 배가 너무 아파서 엄마한테 얘기했는데 엄마는 생리통이 심한 줄 알고 산부인과를 데려갔는데 화장실 간다고 한 애가 너무 안 오길래 가봤더니 변기에 신생아가 있던 사례도 있다. 당근마켓 사건 이후 ‘출산 사실을 숨겨주면 되겠다’는 근시안적인 시각 탓에 보호출산제 얘기가 나오는 거다. ‘가명으로 출생신고 해’라고 하는 게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의식화된 성교육이 필요하다.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학생은 임신하면 안 돼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 남자친구, 여자친구 교제하는 것은 허락하면서 잠자리하는 것을 터부시하고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면 안 된다. 대신,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되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무겁게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피임방법을 알려주면 된다. 고등학교에서 성교육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아이들이 피임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길래 어디서 배운거니라고 물어보니 “자습한다”고 답하더라.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보고 자기들끼리 실습해본다는 얘기다. N번방 같이 비뚤어진 성의식을 아이들이 가지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 입양특례법은 문제가 아니다. 미혼모라고 하면 짝궁처럼 따라오는 3종 세트가 있다. ‘낙태’, ‘입양’, ‘저출산’이다. 출산율 바닥치니까 미혼모 지원 정책을 신경써야 한다고 말이 나온다. 여자들이 아기 놓는 기계도 아닌데. 미혼모에 관심도 없다가 무슨 일 생기면 여기, 저기에 붙인다.

미혼모보호시설 수와 보호기간이 부족해 보인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만약 보완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원대책 부족한 부분이 많다. 현재 여가부에서는 한부모지원콜센터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상담만 해서는 안된다. 만약, 서울에서 자가출산을 했다면 상담센터가 산모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에서 출동을 해야 한다. 또 임신했을 EO부터 상담을 해야한다. 그 기간 동안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입양과 출산을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기관이 낙태에 대해 관대하게 대응할 지도 미지수다. 입양 후에는 양육에 대해서도 정보 등을 연계해주는 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자립까지 도와줘야하는데 현재 운영하고 있는 정책은 미혼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일례로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취업성공패키지의 경우 직업군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또 미혼모의 자녀는 대게 어리기 때문에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아이가 열이라도 나서 학원을 빠지게 됐을 때 취업성공패키지는 2년 동안 이용할 수 없게 제한을 두고 있다. 정부 지원책과 미혼모들이 원하는 것과 괴리가 크다.

현재 미혼모가 겪는 현실적 어려움 중 정부지원이 시급한 영역(출산, 양육, 주거, 교육, 심리치료 등)은 무엇인가. 실효성 있고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가?

미혼모 시설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미혼모가 갈 수 있는 시설은 총 3가지다. 출산하러 가는 시설, 공동생활가정, 한부모자립시설이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곳들이기 때문에 입소율이 40%정도다. 규칙도 많고 통금시간 있고 사생활 존중이 안되다 보니까 젊은 친구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시설’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 때문에 꺼려하는 것 같다. 시설에 사는 아이들은 무언가 불쌍하고 문제있는 가정일 것 같은 편견 말이다. 저 역시 3차 시설인 모자원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그 때 초등학생 아들 앞으로 예비소집일 통지서가 왔는데 거기에 ‘시설수용아동’이라고 적혀있었다. 곧바로 교육부에 전화해서 항의했다. 시설‘이용’, 시설‘거주’라는 표현이 있는데 왜 ‘수용’이라는 단어를 쓰냐고. 마치 사회 밖에서 부적응자들만 모아놓은 것처럼. 계속 책임을 서울시로, 성북구로 넘기기에 답변을 끝내 받지 못했는데 그 다음에도 수용이라고 쓴 통지서를 계속 보냈다. 출산부분에서는 여성이 안심하고 상담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그리고 원스톱 상담 서비스로 출산 뒤 양육으로 자연스럽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연계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문주거 부분은 시설이 답이 아니다. 장애인 분들도 탈시설을 얘기하고 있다. 시설 확대 보다는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 보다는 돌봄이 시급하다. 돌봄이 해결되지 않으면 엄마들이 일을 할 수 없다. 강력 범죄들이 보호자가 없는 때를 틈타, 주거취약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엄마들이 자립을 위해 경제 생활을 할 때 아이를 돌봐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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